쿠우의 일상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나의 생각

SG쿠우 2024. 2. 26. 16:35

 나는 올해 만으로 40세가 된 평범한 대한민국의 남자사람이다.

 

내 나이 26에 부산에 있는 큰 병원 총무과 파견직으로 근무를 한 경험이 있으며

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돌아가신 날 함께 병원에 있었던 것이 나의 20대의 큰 사건 중 하나였다

 

그리고 작년에 그 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아버지 옆을 지켰던 보호자였다.

 

이런 나의 경험이 지금의 내가 의사 선생님과 정부를 보며 느끼는 몇 가지 감정을 글로 표현하고자 한다.

 

나의 아버지는 암 투병생활을 하시다 완치판정을 받으셨지만 결국 암이 재발하여 작년 2023년에 돌아가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버지의 암 진단이 있고 완치소견을 받기 까지 험난한 여정이었다.

암진단을 내리셨던 교수님과 완치판단을 내린 교수님이 같은 교수님이었다. 그리고 암 재발 판정을 하셨던 분도 같은 교수님이셨다.

 

최초 암 진단을 받았을 때에는 수술적 치료가 어려워 방사선 치료와 항암치료를 병행하였고, 아버지는 굳건한 정신력으로 버텨내셨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어려워 살도 많이 빠지시고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한동안 침이 나오지 않기도 했었다.

 

삶의 대한 굳건한 정신력과 여러 의료진의 도움으로 완치판정을 받아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아버지의 주치의 교수님께 거듭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처럼 의사선생님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에 새삼 다시 한번 존경스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완치판정이후 얼마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암이 재발하였고, 항암과 방사선 치료가 불가능하여 결국은 20시간 가까운 큰 수술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다시 한번 더 생을 이어가려 노력하였고, 담당 주치의 교수님과 그 외 수술실에서 고생하셨던 여러 의사 선생님의 노력으로 아버지는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나오셨다.

 

수술 후 상태를 설명해주시던 교수님의 모습은 많이 고단해 보였고, 나는 교수님의 한 말씀 한 말씀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였다.

그렇게 암 병변을 다 도려내어 암세포가 없어진 것을 확인하고 아버지의 건강회복을 위하여 온 가족이 노력을 하였지만

병원 퇴원 후 집으로 오셔서 한달 남짓, 허리가 아프시다며 정형외과를 방문하였더니

암 병변이 뼈에 전이가 되고 온 몸으로 다 퍼져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라는 통보를 받고

나와 내동생은 그 자리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당시 아버지 주치의 셨던 교수님께서도 너무나도 안타깝다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원망의 마음과 그동안 애 써주신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내 머리와 가슴속을 흔들어 놓았다.

 

내 동생은 서울에 있는 빅5병원에 응급실이라도 가야 했다며 나를 타박하였고,

넉넉치 않은 환경과 지방에서도 큰 병원에 계신 의사선생님이라면 아버지의 병을 잘 고쳐주실 것이라는 믿었던 나의 마음이 한순간에 다 타버린 재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이런 감정들의 혼재속에 의사 선생님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전 나는 대한민국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된 기사들을 보았고

정부와 의사선생님들의 강대강 대치 국면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의대정원 확대하자는 정부 입장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병원에 의사가 없어 응급환자가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길거리에서 비명횡사 하는 일은 물론 사라져야 겠지만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의사는 고도의 집중력과 오랜 시간 개인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인원만 늘린다고 하여 필수과라고 불리는 진료과에 지원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다면 오산이라고 생각한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이 변호사 선임비용의 절감효과를 바랬지만 어쩌면

돈있는 자들의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버린 것 처럼

 

제도적 개선 등의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의대생만 정원을 늘려 뽑아놓는다면 또 다른 '그들만의 세상'을 탄생시키지 않을까 하는 염려된 마음이 든다.

 

의대생의 정원을 양적으로만 증가시켜 의사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기기 보다

소위 돈이 된다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 필수과가 아닌 곳으로 쏠림현상을 가속화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앞선다.

 

지금도 현장에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선생님을 응원한다.

아무런 제도적 개선없이 구체적인 계획없이 일단 정원부터 늘려놓고 지켜보려는 정부를 도저히 옹호할 수가 없다.

 

끝으로 나의 이런 생각이 무조건 옳다는 것이 아니며, 얼마든지 비판의 대상이 됨을 알고 있다.

건전한 비판과 그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태도가 조금 더 올바른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하여 상대방을 비난하고 악마화 하고 갈라치는 것이야 말로 

파국으로 치닫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